가족이라는 연으로 34년전 당신과는 만났습니다.

반백의 머리, 훤칠한 키, 호방한 성격으로

낯설고 어설퍼 하는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셨고

사리에 벗어난다 싶으면 사위라고 그냥 넘기시지 않으셨습니다

 

오랜 세월의 일들을 어떻게 한마디로 정리 하겠습니까만

자식들과 어울려 부대끼는 행사나 여행을 좋아하셨고

그 와중에서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기도 하셨습니다.

 

천리 떨어진 셋째 딸집에 더러 오셔서는

나도 모르는 바닷가 어느 마을에 완행버스로 다녀 오셔서는

낮에 거둔 홍합이랑 해산물을 개선장군처럼 자랑을 하셨습니다.

 

세월에 장사없다고 카랑카랑하신 성격도 무뎌지시고

몇 해 전부터 병원 출입이 잦아 지면서  

그 호방한 성격이나 여유도 찾기 어려워 젔습니다

 

삼주전 집 인근 대학병원을 위문차 찾았을 때

입원 일주일 밖에 안됬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고...

의사선생님이 이제 퇴원해도 된다 했다고

지금 퇴원하면 안된다고 겨우 설득은 했지만

서운해 하셨던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며칠뒤, 내일 다시 오겠다고 병실을 떠나는 딸들에게

당신도 집에 가야 하는데 왜 니들만 가느냐고

생각하면 당신의 바람대로 잠시나마 집에 한번 모셨더라면

 

소생을 바라는 자식들의 념으로 산소 호흡기를 끼셨고

중환자실 하루 두번 면회때면 희미한 의식에서도

무엇 하고픈 말씀이 있는지 호흡기를 밀쳐 내려 하셨답니다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말씀 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호전된다고 하여 야간고속으로 셋째딸이 잠시 내려온 그 오전

위급을 연락받고 다시 찾았을 땐 십분전 운명하셨다 했습니다

먼데 가 있는 당신의 장손이 보고싶어 생명끈을 못 놓으시다

장손이 도착해 당신곁에 서자 바로 운명하셨다 하니

 

가장 가깝던 사람을 보내는 아픔을 몇번 겪습니다만

세상에서 우리가 집착하고 아웅다웅 하는 것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세월 가면 슬픔 마저도 잊혀지는 법이니 얼마뒤는 아련한 기억으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