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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비 소식이 잦던 봄 날씨는 어디 가고 장마전선이 남쪽지방에만 머물러서 왔다갔다 하면서 중부 이북 지역은 구름만

오락가락 할 뿐 장마 같지 않은 장마철을 맞고 있네요.  예년에 맞춰 휴가 일정을 잡아놓았던 사람들도 자꾸 미루어지는

장맛비가 휴가때 내리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하는 모양이고요.  해가 났다 구름 꼈다 여우비도 찔끔,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날씨에 빨리 돌리기를 한 비디오 화면처럼 갖가지 모양새의 구름들이 산골짜기 조각하늘에 가고 옵니다.

 

뜨거웠던 월드컵의 열기가 갖가지 에피소드를 남기고 막을 내렸네요. 치안 부재의 우려로 걱정했던 남아공에서의 대회가

큰 사고 없이 마치게 되어 아프리카의 자존심을 세우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게 변한다 해도 스포츠와

도박 같은 단순한 승부 게임에 열광하는 것은 인간의 변치 않는 본능일 것 같네요. 국가 간의 자존심이 걸린 경우라서 더욱

그렇고요.  이번 대회 최고의 장외 화제는 아무래도 응원도구로 사용된 나팔 모양의 아프리카 악기 "부부젤라(vuvuzela)"와

족집게 점쟁이 문어 "파울"이 차지할 것 같군요. 기행을 일삼는 마라도나의 기세등등한 언동과 독일전에서의 대패로 쓸쓸히

퇴장해야 했던 일그러진 얼굴도 기억에 남고요.

 

귀를 찢는 듯한 소음으로 경기장 사용규제 검토 등 반발도 많았던 "부부젤라"는 주술성이 있는 듯 들을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져 갈수록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독일의 전 경기 승패와 스페인의 우승 등 여덟 경기 전부를 정확히

예측했다 하여 큰 화제가 된 문어 파울은 소재지인 독일의 패배를 예언하여 독일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지요.  월드컵을

끝으로 화려할 때 떠나는 점쟁이 문어 파울의 모습을 보며, 은퇴시기를 놓쳐 쓸쓸한 선수생활 말년을 맞아야 했던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4년마다 벌어지는 월드컵 축제가 지구촌 사람들의 살맛을 더하는데 한 몫 하는 것 같네요. 

더러 빠져들고 미치는 데가 있지 않고는 삶이 팍팍하고 고달프기 십상이니까요.

 

산 아래쪽에 골프장이며 콘도 등 대형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고 풍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송이골 산길의 임도 공사며 동강 변의

늘어나는 펜션 등 조용하던 송이골 주변의 환경 변화를 보면서 적당함을 지킨다는 것에 대하여 자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람

살이가 어찌 보면 이 명제를 추구하느라 끊임없이 선택하며 한 평생을 보내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有無相生: 있음과 없음은

서로 도와, 유가 무를 낳고 무가 유를 낳는다"  노자 도덕경의 일부분이던가요? 가는 겨울과 따스한 봄바람의 경계는 어디일지...

산들바람처럼 여백이 있는, 서로가 조화를 이루며 상처 내지 않는 둥그런 삶을 마음 속에 그려봅니다.

 

개울길 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오네요. 우체부 아니면 전기검침 아저씨겠지요. 마당 아래 벌통을 좀 둘러보고 가슴까지

자란 갖가지 풀과 개망초꽃이 한창인 언덕 넘어 밭에 가 봐야겠네요. 효소용으로 쓰려고 봄에 심어놓은 묘목들 주변의 키 큰

풀들만 베어주거나 눕혀놓고는 일부러 그냥 둡니다.   하얗게 덮인 개망초꽃이 일품이거니와 장마철 벌들의 소중한 밀원이

되기도 하지요.  때가 되면 스러지는 풀들은 따로 비료를 안 주어도 시간이 지나면 흙의 먹이가 될 것이고요.

 

- 구름 둥실 햇살 조금 오고가는 하늘 아래
   풀 꽃 바람 산새소리 어울려 산을 이루네

 

영월 송이골에서 보리피리 올림

바람과 흙과 들풀의 냄새가 좋아 산골에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