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촌놈이 모처럼 짧은 남도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경남 진주에 소재하고 있는 모 대학교에서 산야초와 효소, 발효
등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달라 해서 마이크 잡을 일이 생긴 것이지요.  제가 사는 영월에서는 가는 차편이 마땅치 않아

서울집에 가서 하루 자고 새벽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진주행 첫 버스를 타고 떠났습니다.  장맛철이라 먹구름 잔뜩 낀

날씨에 모처럼 여러 시간 호젓하게 차창을 보며 여유 있게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지요.  파노라마처럼 수시로  변하며

다가오는 하늘색이며, 산과 들의 부드러운 능선과 초록 풍경을 바라보니 좁은 땅덩어리에 오염이 많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우리나라 금수강산'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진주 터미널에 도착하니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점심도 해결하고 시장 구경도 할 겸 시내 중앙시장 근처에 가서, 인터넷

으로 검색해 둔 비빔밥 집과 찐빵 집을 찾았습니다. 두 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지요.  먼저 찾은 곳은

진주식 비빔밥을 하는 천수식당이었는데, 소싸움으로 유명한 진주라서 그런지 비빔밥에 다진 소고기 대신 소고기 육회를

얹고 정갈한 몇 가지 반찬에 연한 선지해장국이 따로 나왔습니다. 출출하던 차에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인근의 60년 전통이

라는 수복빵집을 찾았지요.

 

일제시대 영화 세트장에 나올 법한 낡은 탁상 너덧개 놓여있는 허름한 작은 빵집인데 인상 좋으신 부부가 대를 이어 운영

하고 계셨습니다.  주로 팥으로 된 음식만 파는 곳인데 여름에는 찐빵과 팥빙수만 판다 해서 고민할 것 없이 각각 하나씩

시켜서 맛을 보았지요.  작은 크기의 빵에 진한 팥물을 부어서 내는 찐빵도 인상적이었고, 얼음 간 것에 그득히 얹은 팥에

미숫가루 시럽 같은 것만 부어 나오는 팥빙수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임금님이나 부잣집에서 팥빙수를

먹었다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지요.

 

점심을 맛있게 먹고 인근 중앙시장을 휘 둘러본 다음 가야 할 곳을 찾았지요. 국립대학이라 그런지 대학교 구내가 넓고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 조금 이른 시간이라 느티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숨을 좀 돌렸습니다.  옛날 학창 시절 생각도 나서

잠시 지난날을 돌이켜 보는데 오가는 산들바람에 어디서 매미 소리까지 들려서 금방 시원해졌습니다.

 

산림청의 지원 하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대학교에서 녹색체험 강좌를 연 것인데 풀, 나무나 보고 달과 별하고

놀기나 하는 산골 촌놈이 무슨 도움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었지요.  그래도 어눌한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시고 이것저것 관심 있는 것들도 많이 물어주셔서 그렁저렁 헛걸음은 안한 것 같네요.  요즈음은 매스컴에서도

건강과 발효식품에 관한 이야기들이 자주 나와 바른 먹거리와 발효 등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왕 멀리까지 갔으니 진주하면 생각나는 임진왜란 때 왜적과 맞서 싸우던 김시민 장군과

논개의 이야기가 있는 진주성을 잠시 찾았지요.  잘 정리된 구내를 돌아보고 남강이 내려다보이는 촉석루에 올라 수백년 전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유혼들의 넋을 잠시 기린 후 갈 길을 서둘렀습니다. 

 

인구 35만 여의 조용한 소도시 논개의 고장, 남강이 흐르는 진주가 주는 이미지가 단종의 애환이 서린 제가 사는 동강이 휘도는

영월과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반나절의 짧은 머무름이었지만 포근한 느낌을 주는 진주를 떠나 버스에 오르니

다시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면서 밤을 달리는 여행자의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진주라 천리던가 산골 촌놈의 먼 나들이
지리산 정기에 남강 돌아드는 평평한 곳
많지도 적지도 않은 눈매 편한 사람들이
한 세상 어울리며 설렁설렁 살고 있었네

 

- 영월 송이골에서 산중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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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송이골 편지"에서(blog.daum.net/intonature/7861126)                                    글, 사진: 보리피리

 

 

바람과 흙과 들풀의 냄새가 좋아 산골에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