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과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없지만

왠지 벽이 있는 느낌은...

 

작년에 첨으로 토종꿀을 따고 나서

몇 사람에게 맛 보라며 돌리긴 했는데

맛을 못 본 동네 몇 사람이

'거져 얻은 공짜 꿀'이니 나눠먹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은근히, 아니 드러내놓고 꿀을 내놓길 바라기에

또 먹였지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요?

하다못해 산에 나오는 나물도 험한 곳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뜯어와서 삶아 말려야만 하는 것인데

토종벌 한다고 얼마나 많이 쏘였으며

밀원식물 심어 가꾼다고 풀 잡고

벌들이 건강한지, 덥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그러고서 얻은 꿀인데...

 

'공짜인데 나눠먹자'고 목소리 높인 사람 중 'ㅅ'

그는 산골집 올라오는 길에 사과밭을 하는데

봄에 나무를 베다가 벌통 만든다고 엔진톱 요란하더니

빈 벌통을 6개나 늘여놓고 그 처남도 3개나 늘여놓았다네요.

 

저희와 같이 토종벌 들여놓은 집 바로 위에 그리 해놓아서

그 집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데

분봉해 나간 벌들이 도망을 갔는데 아무래도 그 빈 벌통으로 간 거 같다며

산고을에게 하소연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산고을이 'ㅅ'에게 가서

벌을 샀냐고 물어보니 벌은 들여놓지 않고 빈 벌통만 놨다 하기에

'벌은 안 들여놓고 벌 키우는 집 위에 빈 벌통을 왜 늘여놓았냐' 물으니

'그집(산골집)에서 도망나온 벌 들어가라'고 그랬다 하더래요.

'우리야 그렇다치고 바로 옆에서 벌치는 집이 있는데 벌도 안 들여놓고

  빈 벌통만 들여놓으면 그집에서 신경쓰이지 않겠냐?' 하니까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께' 하더랍니다.

 

그러나 빈 벌통만 늘여놓은 게

'느그들과 뭔 상관이냐' 여기는지

빈 벌통은 그대로네...

 

그 두 집은 십여년을 넘게 형님 아우하며 지내면서

그 두 집이 떴다 하면 산에서 나는 건 흔적이 없을 정도로

서로 도와가며 그렇게도 가깝게 지내더니

이번 빈 벌통 때문에 껄끄럽게 됐다네요.

 

그리 오래 형님아우 하며 지낸 그들 사이가

10여 만원 정도면 들여놓는 벌통 하나 안 들여놓으면서

빈 벌통으로 도망나오는 벌을 나꿔챌 마음을 내고 나니

오랜 시간을 형님아우 하며 지낸 시간이

한낮 물거품이란 말인가?

 

이 글은 집사람인 산골짜기의 글을 옮겨보았습니다